2002년 대통령 선거 운동기간에 충청도로 사법, 행정, 국회기능, 그리고 청와대까지 옮기겠다는 공약을 하면서 노무현 후보는 수도이전이라 하지 않고 '신행정수도 건설'이라고 했다.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기 쉽도록 용어 조작을 한 것이다. 이 공약이 충청표를 흔들어 노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최병렬 대표가 한나라당을 이끌 때 국회에서 수도이전을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회창의 한나라당이 반대하던 것을 최병렬의 한나라당이 찬성한 것이다. 2004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충청표를 얻기 위해서였다. 탄핵 역풍도 있고 해서 충청도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다.
그 뒤 이명박 서울시장과 이석연 변호사가 주동이 되어 수도이전은 위헌이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노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아니라 수도이전이다. 따라서 헌법을 개정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 위헌 결정의 요지였다. 민족사 1000년간 수도였고(백제와 조선과 대한민국), 통일된 조국에서도 수도여야 할 서울을 죽이려는 좌파의 음모는 일단 좌절되었다.
이때 박근혜씨가 대표이던 한나라당은 반국익적이고 기회주의적 태도를 다시 한번 보이기 시작했다. 노 정권과 손잡고 사실상의 수도 분할인 행정복합도시라는 편법적 발상을 동원하여 충청도로 행정부의 반 이상을 내려보내는 희한한 합의를 한 것이다. 이 도시 건설에 따른 보상비가 전국의 부동산값을 치솟게 만들었다. 이런 수도 분할이 실천된다면 정부의 행정기능은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다. 장관들은 서울과 충청도 내륙지방을 오가는 차중에서 아까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한국을 구출했는데 박근혜 대표의 한나라당과 노 정권은 사이 좋게 손을 잡고 대한민국을 끌고 다시 풍덩 빠져버린 것이다. 박씨는 충정도 표를 얻기 위해서 국익을 판 이 경력을 믿고 이번 보선 때 대전에서 열심히 뛰었으나 한나라당 후보는 낙선했다.
어제 대구로 가는 기차 안에서 중앙일보를 펼쳤다가 깜짝 놀랐다. 박근혜 대표가 인터뷰에서 이명박씨를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수도 건설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던'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런 사람과 대전에서 합동유세를 했으면 표가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선의의 경쟁자여야 할 이 전 시장의 가슴에 비수를 박는 독이 든 말들이었다.
첫째 문제는 박근혜씨가 인용한 이씨의 말이 크게 왜곡되었음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기자들이 사석에서 이 당시 시장에게 수도이전을 막아야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니 "시장은 힘이 없다. 군대라도 동원해야 된다는 말인가"라는 뜻으로 한 이야기에 불과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서울시장은 군대를 동원할 수 없다.
둘째,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면 박근혜씨는 수도이전에 반대한 사람을 적대시하고 있다. 당시 여론 조사에서 60~70% 이상이 수도이전에 반대했다. 이런 압도적 반대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끌어낸 원동력이었다. 박씨는 다수 국민들을 적대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 다수 국민들이야말로 노 정권의 선동에 넘어가지 않고 사익이나 지역이기주의보다 국익을 더 중시했던 한국의 주류층이다. 한국의 주류층을 적대시하는 마음을 품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다.
박근혜씨는 호남지방에 가면 "햇볕정책에 반대하고 김대중씨를 비난해온 우파 사람들과는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할 것인가?
셋째, 균형감각의 문제이다. 정의는 살벌한 것이 아니라 공정성이고 이는 한 인간의 균형감각에서 나온다. 박근혜씨가 이명박씨에 대해서 적개심에 가까울 정도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왜 조승희보다 10만 배나 더 악질적인 김정일에 대해선 그런 독한 이야기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나? 더구나 김정일은 박근혜씨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가 아닌가? 원수를 용서한다면 좋다. 이명박씨는 원수보다도 더 나쁜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인가?
박근혜씨를 가장 열렬하게 지지해왔던 전여옥 의원이 드디어 박 대표 캠프를 비판했다. 일일이 옳은 지적이다. 검증이란 걸 들고 나와 이명박씨를 향해서 일방적으로 공격해온 것은 박근혜씨 사람들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싸움이라고 언론에서 보도하긴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싸움이 아니었다. 박근혜 캠프에서 일방적인 공격만 하고 이명박 캠프는 무대응하거나 싸움에 말려들지 않으려고 피하는 모습이었다.
좌파종식을 열망하는 자유진영의 유권자들은 그럼에도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한나라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뽑히면 찍겠다는 자세였다. 그런 생각이 요사이 많이 바뀌고 있다. 박근혜 진영의 행태에서 "아 저 사람들은 좌파보다도 이명박씨를 더 미워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씨는 자신에게 적전분열주의자라는 이미지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올해 자유진영이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이명박, 박근혜, 재야우파 세력이 마지막에 가서 대동단결하는 것이다. 그런 단결이 가능하려면 그 전 단계에서 열심히 싸울 때라도 "우리는 나중에 단결해야 할 사이이니 경우 없는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에서 밀어내지 않고 자제하는 것이다. 전쟁을 결심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한국인들은 '싸움의 기술'이 천박하다. 친구끼리, 동업자끼리 막가는 싸움을 하다다 결과적으로는 적을 돕고 자멸해온 것이 한국 역사의 한 공식이었다. 올해에도 좌파종식이 안된다면 그 상당한 책임은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에게 돌아갈 터인데 지금 상황에선 박 진영에 대한 책임추궁이 더 무거울 듯하다.
아직 시간은 있다. 반좌파 대동단결은 누가 대한민국의 진정한 적이고 동지인지를 아는 데서 출발한다. 이념은 공동체의 이해관계에 대한 자각이다. 박근혜씨의 적은 김정일과 친북반역세력이다. 동지 겸 경쟁자는 이명박씨이다. 두 사람이 좌파종식에 동의하고 있다면 말이다. https://www.chogabj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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